(인향 칼럼)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 “부끄러움은 국민 몫”
(인향 칼럼)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 “부끄러움은 국민 몫”
  • 사하신문
  • 승인 2023.08.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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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 “부끄러움은 국민 몫”

 

(인향 칼럼)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 “부끄러움은 국민 몫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 문대통령 말했는데, 사실 국민이 부끄러웠던 순간은 문 정권 5년 때 더 잦았다. 그가 중국에서 혼밥수모를 당하고도 환대에 감사한다고 고개 숙일 때, 북한에 삶은 소대가리로 조롱당하면서도 대꾸조차 못할 때, 국제 회담에 가서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겉돌 때마다 국민 입장에선 보기조차 민망해 눈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만 곳에서 내로남불 위선이 드러나도 뭐가 문제냐고 고개 빳빳이 드는 그 당당함을 누가 당하랴 한동안 조국 전 법무장관의 멘털(정신력)이 당대 최고라고 생각했다. 문재인은 현역 때 못지않은 초강력 멘털을 과시하는 그에게 전직 대통령다운 품격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지 모른다

온갖 실정(失政)으로 국정을 망쳐 놓고 퇴임 후에도 남 탓하며 부끄러움을 국민 몫으로 돌리는 그 강심장엔 두 손 들었다. 국가 대사를 궤변으로 눙치고 거짓말로 호도하는 그의 초강력 멘털 앞에서 조 전 장관의 사적(私的) 내로남불은 차라리 사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현직 시절 문 전 대통령의 정신 구조가 보통이 아님을 나타낸 일화는 차고 넘치지만 그중 대표적인 게 미친 집값 문제였다. 집값 광풍으로 서민들이 패닉에 빠지고 젊은 세대가 절망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몇 배씩 뛰고 청년들이 평생 벌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들어졌는데 부동산 정책이 잘되고 있다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했다.

권력자가 말로 허세 부릴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 통계 숫자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잡아떼기란 보통의 멘털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집권 만 4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부동산 안정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시인했는데, 그것은 직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기 때문이었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이 표()로 확인되자 어쩔 수 없이 실패를 인정한 것이었다.

문 정권이 추진한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은 고용 참사를 빚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치명적 부작용을 낳았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겼다. 일자리가 줄고 세금 알바만 늘었는데도 고용 정책의 성과를 주장했고,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졌는데도 저소득층 소득 증가 운운했다. 자영업이 휘청거려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 하고 OECD 꼴찌의 저성장에 빠졌는데 상당한 고성장이라 했다. 그래도 불리한 경제·고용 수치가 잇따르자 통계청장까지 갈아 치웠다. 국가 통계마저 입맛대로 왜곡·분식하는 유례없는 멘털을 과시했다.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선거 개입까지 저질렀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 청와대 8개 부서가 총동원된 혐의가 드러났다. 윤석열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추미애를 법무장관으로 보내 검찰 장악에 돌입하고 수사팀을 싸그리 교체했다. 멀쩡한 원전을 멈춰 세우는 데 문 대통령이 간여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 수사를 막으려 검찰총장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암수(暗手)까지 강행했다. 그래놓고 문 대통령은 우리 민주주의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다고 했다. 모든 권력자가 대체로 후흑(厚黑)’ 계열이지만 이렇게까지 낯 두꺼운 정권은 본 적이 없다. 경제적 이유로 반려견을 버렸던 사람이 수해로 희생된 가축 위령제에 참석했다. 생명과 안전을 외치기도 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퇴임 후 이렇게까지 시끄러웠던 예가 없다. 전직 대통령들이 언동을 삼가고 오해받을 행보를 자제해야한다.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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