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에코델타동’? 왜 이래! 그기 머꼬?”
에코델타시티 법정동 이름에 외래어 전국 첫 사례 洞 이름에 시끌
부산 강서구가 전국 최초로 법정동(法定洞) 이름에 외래어를 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이 선호하고 쓰기 편하면 되지 않느냐”는 찬성과 “굳이 외래어를 써야 하느냐”는 반대가 맞서고 있다.법정동은 등기부등본, 신분증 등에 쓰이는 법적 주소를 말한다. 행정기관이 설정하는 행정구역상의 ‘행정동(行政洞)’과 같은 곳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다. 부산의 경우 법정동은 249곳이지만 행정동은 205곳이다. 부산 강서구는 지난달 26일 지명위원회를 열어 강서구 강동동·명지동·대저2동에 걸쳐 11.770㎢(약 356만평) 규모로 조성 중인 신도시 ‘에코델타시티’ 일대의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洞)’으로 선정했다. 지명위원회는 “국내 첫 스마트 도시라는 점, 젊은 인구가 꾸준히 느는 신도시 이미지 등을 고려해 여러 후보 중 에코델타동을 선정했다”고 했다. 앞서 강서구가 지난해 10월부터 51일 동안 주민 81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에코델타동이 48%로 1위를 차지했다. 에코델타시티는 2012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시·부산도시공사가 조성 중인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다. 부산시 등이 2028년까지 3만가구 규모로 조성 중인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로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낙동강 삼각주를 뜻하는 델타(delta)를 합성한 이름이다. '에코델타동'이 확정될 경우 전국 최초 외래어 법정동이 된다. 2028년 3만 가구, 약 7만600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법정동 3648개 가운데 외래어 이름을 가진 곳은 하나도 없다. 에코델타동이 법정동이 되면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강서구의 결정에 대해 강서구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인구 유입에 따라 새로운 법정동 설치가 필요하지만 명칭을 외래어로 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글학회·한글문화연대 등 한글 관련 단체 75곳도 지난달 8일 “외국어 남용을 부추긴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선호도 조사에서 ‘에코델타’가 1위를 하긴 했지만 주민들 의견도 엇갈린다. 입주를 앞둔 한 주민은 “이미 ‘에코델타시티’로 불리고 있어 (에코델타동이) 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반면 이 지역에 사는 김모(63)씨는 “요즘 아파트 이름 대부분이 외래어인데 동 이름까지 외래어로 해야 하느냐”고 했다.
강서구의회도 지난달 11일 조례심사특별위원회를 열어 “인구 유입에 따라 새로운 법정동 설치가 필요하지만, 그 명칭을 외래어로 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가치, 상징성, 대중성, 독창성 가운데 상징성에만 치우친 외래어 사용을 납득하기 어렵다. 관련 조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서구에는 공공기관 명칭이나 정책 등을 정할 때 한글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국어진흥조례가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용 구의원은 "아파트 이름도 전부 외래어인데 법정동 이름마저 외래어로 불리면 한글이 설 자리가 없다"며 "지방의회 의견을 먼저 묻지 않은 절차상 문제도 있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코델타동’이 최종 결정되기까지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강서구는 내달 말까지 실태 조사서를 부산시에 제출하고, 부산시는 타당성 검토 후 행정안전부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2010년 대전시 유성구는 산업 단지인 ‘대덕테크노밸리’ 인근 지역 행정동 이름을 ‘관평테크노동’이라고 했다가 주민 반발로 석 달 만에 폐기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냥 관평동으로 쓰고 있다.
취재 조영철 강서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