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봄이 오는 소리, 입춘(立春)이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이다. 보통 양력 2월 4일경에 해당한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입춘하면 생각나는 것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입춘’이 찾아왔지만, 한파가 물러가지 않고 다시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래도 입춘이 찾아왔으니, 조마간 한파는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 같다.
꽃꽃꽃,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을 영춘화迎春花라고 한다. 봄을 맞이하는 첫 꽃은 가늘디가는 줄기 하나에 긴 겨울을 몰아내려는 화등花燈을 내건다.
꽃花은 '풀 초草'에 '될 화化'가 합친 말이다. 풀이 꽃으로 변하면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봄꽃이 이루려는 화和는 무엇일까. 겨울동안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웅크린 자세를 풀어 함께 살아가는 사상일 것이다. 꽃을 지켜보면서 원효대사가 일으킨 화쟁사상을 새삼 생각해본다. 봄을 맞이하여 도처에서 영춘화가 핀다. 꽃잎을 열어 말을 하건만 사람들은 개화의 속뜻을 쉬 알지 못한다. 매화가 맺혀도 마이동풍이고 벚꽃이 피어도 서로에게 냉랭하다. 배나무 줄기마다 하얀 꽃이 얹히건만 아직 등 돌리고 복사꽃이 피를 토하듯 외쳐도 서로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개나리가 봄기운을 느지막이 산수유가 '일어선다. 섬진강 매화마을이 백야를 맞이한다는 소식이 잦아들기도 전에 늙은 벚나무 줄기에 하얀 연분홍 꽃송이가 훈장처럼 달린다. 때맞추어 깔끔한 차림새로 서있는 목련이 흰 종소리를 울린다. 야트막한 산기슭에 숨어 있던 진달래가 발간 가슴팍을 헤집고 양지바른 비탈에선 배꽃 무리가 흰 이불을 펼친다. 복숭아 과수원에서 복사꽃이 추파를 날리고 이팝나무가 시골길을 따라 하얀 전 자락을 늘어뜨린다. 그런가하면 외진 산길에서는 찔레꽃이 숨은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올봄에 나는 꽃들의 동시출현을 가슴 아프도록 즐겼다. 개나리, 목련, 산수유, 매화, 벚꽃, 진달래, 배꽃, 이팝나무, 복사꽃, 찔레가 숫자도 많다면 많다. 그러니 '십화화쟁'이 억지스러운 조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면, <봄>은 무엇일까? 르완다어 voma (to fetch water)는 <물을 대주는 것> 즉, <(화초에) 물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이 메마른 대지에 물을 대주는 계절을 의미하며, 초목이 자라나는 계절을 의미한다.
<춘(春)>의 상형은 <三+人+日>로서, 짝짓기(人)를 갖는(三) 날(日)들을 의미하므로, 엣날에는 봄이 오면 거리에서 발정기의 동물들이 짝짓기 하는 것을 많이 볼수 있었다.
<되찾는 것>을 의미하므로, <짝을 되찾아 짝짓기 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황금돼지해 입춘(立春)을 맞이하여 하시는 모든 일들이
소원성취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